전시는 남도 수묵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지역작가 초대전 기획의 하나다. 전시에서는 장흥 출신 한국화가 김선두가 40여 년간 구축한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김선두는 남종 문인화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소천 김천두(1928~2017)의 장남이다. 김천두는 남농 허건과 월전 장우성에게 사사했으며, 김선두와 차남 김선일, 손자 김중일(서울대 한국화과)로 이어지는 3대 화가의 계보를 이뤘다.
김선두는 1980년 일랑 이종상 화백에게 산수화와 장지 기법을 배우며 본격적인 작가 수업을 시작했고,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으로 주목받았다. 고향 선배인 소설가 이청준과 30여 년 교류를 이어왔으며, 임권택 감독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았다. 김훈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리며 대중적 인지도도 넓혔다.
전시에는 고향의 기억과 남도의 자연 풍경에서 출발한 ‘남도 시리즈’를 비롯해 ‘낮별’, ‘느린 풍경’, ‘지지 않는 꽃’, ‘아름다운 시절’ 등 주요 연작을 폭넓게 소개한다. 대형 신작 ‘밤길’과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도 다수 선보여 작가의 조형적 탐구와 회화적 실천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김선두 회화의 특징은 전통 한지인 장지 위에 동양화 분채와 안료를 혼합한 색을 수십 차례 쌓아 올리는 장지 채색 기법에 있다. 장지의 물성에 따라 색이 천천히 스며들며 겹겹이 축적되고, 그 과정이 ‘시간의 결’로 드러난다.
전시 제목 ‘색의 결, 획의 숨’은 색의 층위가 만들어내는 결, 그 위에 남겨진 붓의 호흡과 움직임을 함께 담아낸 표현이다.
전시는 연대기 구성에서 벗어나 삶과 경험, 사유의 흐름을 중심으로 4개 장으로 엮었다. 남도 풍경의 감각과 서정을 담은 ‘1. 모든 길이 노래더라’, 들꽃 이미지에 깃든 생명력을 조명한 ‘2. 그거이 달개비꽃이여’, 고향의 대지와 삶의 속도에 대한 성찰을 담은 ‘3. 사람다운 길은 곡선이라야 한다’, 한국화의 동시대적 의미와 가능성을 모색한 ‘4. 우리 그림을 위하여’로 이어진다.
시와 그림을 매개로 한 참여형 공간도 마련했다. 김선두는 문학인들과 협업을 이어온 작가로, “내게 시는 지난한 붓질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관람객은 작품을 따라가듯 감상하며 남도의 땅과 삶, 자연의 정서를 ‘길’이라는 서사적 모티프로 풀어낸 작가의 세계를 탐색하게 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김선두 예술이 지닌 색의 결과 획의 숨을 고요히 경험하며, 남도 수묵의 정신이 오늘의 삶과 회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되는지 조명하고자 했다”면서 “김선두의 작업이 전시를 계기로 연구와 담론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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