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대담] 붉은 말의 기상으로 무대를 깨우다, 예진예술원의 ‘진심’

국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6 10: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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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예술원 염광옥 대표이사(연출가)

 

관객의 숨결이 예술이 되는 순간, 염광옥 연출가가 그리는 2026년의 비전을 말하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말의 기상처럼,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연습실의 열기를 뜨겁게 달구는 이들이 있다. 전북 공연예술의 자존심이자, 관객과의 벽을 허무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아온 사단법인 예진예술원이다.

 

새해를 맞아 본지는 예진예술원을 이끄는 염광옥(59) 대표이사를 만났다. 화려한 조명 뒤에서 묵묵히 무대의 철학을 일궈온 그와 나눈 대화 속에는 엘리트 예술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과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했다.

 

안무가에서 연출가를 거쳐 이제는 기획자로 활동하는 염광옥 대표는, 30년 외길을 걸으며 예술의 폭을 넓혀온 인물이다. 중앙대학교 무용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발레와 무용교육을 전공한 그는, 엘리트 무용수 출신으로서의 탄탄한 기반 위에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더해왔다.하지만 그는 박수받는 무대 위 주인공의 자리보다, 무대 전체를 설계하고 후배들을 빛나게 하는 ‘조력자’의 길을 택했다.

 

“무용수로 무대에 설 때보다, 제가 연출한 무대에서 단원들이 관객과 하나 되어 호흡하는 모습을 볼 때 더 큰 전율을 느낍니다. 예술은 결국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완성해가는 공동체의 작업이지요.”

 

그의 이런 철학은 30여 년간 전북 지역 예술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왔다. 정읍사예술회관 상주단체 활동을 시작으로, (사)대한무용협회 전북지회장을 거쳐 현재는 (사)보훈무용예술협회 전북지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발자취는 곧 전북 무용계의 역사라 할 만하다.

 

이러한 대형 무대 경험 외에도 염광옥 연출가는 전통예술이 익숙한 전북 지역에서 외국무용 장르인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는 발레 단체를 직접 운영하며, 발레가 특정 계층만의 예술이 아닌 전 도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채로운 공연을 기획·제작해왔다.

 

특히 전라북도 발레 단체로서는 처음으로 ‘호두까기 인형’과 ‘돈키호테’ 전막 공연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것은 지역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무대를 통해 발레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지금까지도 그는 도민들이 보다 쉽게 발레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선보이며, 전북 공연예술의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역의 서사를 세계의 언어로 승화시키다

 

염광옥 연출가의 역량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8년. 익산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전 및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개·폐회식 총괄 연출기획을 맡아, 전북의 문화적 자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며 많은 찬사를 받았다.

 

최근의 행보 역시 독보적이다. 2024년에는 보훈무용예술협회 조직위원회가 기획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북도청·전주시청이 주최한 ‘전주 세계평화 춤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기획하며 국제적인 감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4년 연속 이어온 ‘마한·백제 무왕 익산천도 행렬식’은 박제된 역사를 살아있는 거리 축제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익산천도 행렬식은 예진예술원에게도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박물관 안에 갇혀 있던 역사가 시민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올 때, 그 생생한 현장감이야말로 예술이 존재해야 할 이유임을 깨달게 되었습니다.

 

소외된 곳으로 흐르는 예술의 숨결을 승화시켜 예진예술원의 활동은 화려한 대형 무대에만 머물지 않았다는것을. 문체부 지역매칭사업을 통한 운영은 물론, 문화 향유의 기회가 작은 도서벽지 와 먼거리 학교를 찾아가는 공연으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었고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마주할 때 초심을 되찾습니다. 산골 마을 학교 강당에서 펼쳐지는 작은 공연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예술적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왔습니다.”라고 하면서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초청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K-컬처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는 한국 무용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2026년 병오년, ‘내실’로 빚어낼 새로운 무대 새해를 맞이한 염광옥 연출기획자의 각오는 여느 때보다 단단하다. 붉은 말의 해를 맞아 더욱 역동적인 활동이 기대되지만, 그는 오히려 ‘속도보다 깊이’를 강조했다.

 

“2026년은 양적인 확장보다는 질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한 편의 공연을 올리더라도 관객의 가슴에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더 섬세하고 치밀하게 준비할 생각입니다.”

 

그는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연출기획가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단순히 보는 존재를 넘어 함께 숨 쉬는 주인공이 되는 공연을 만드는 것. 그것이 그가 꿈꾸는 2026년의 풍경이다.

 

대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연습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가 병오년의 아침을 힘차게 깨우고 있었다. 30년 넘게 한결같은 열정으로 무대를 지켜온 염광옥 연출가. 그의 손끝에서 탄생할 2026년의 새로운 장면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예진예술원이 만들어갈 감동의 무대는, 오늘도 관객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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