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물관리기본법은 왜 반복을 끊지 못했는가

국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1 10: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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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는 있었지만, 운영구조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 —

▲추태호/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대한토목학회 탄소중립위원장

 

2회 글에서 우리는 하나의 사실을 확인했다. 국민이 겪는 침수, 가뭄, 녹조, 염수 침투는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진 물이 땅과 강, 도시와 바다를 거치는 하나의 물 순환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2018년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유역 단위 통합관리”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이는 분명한 진보다. 물 관리 기본법은 물을 공공재로 선언했고,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물 관리를 하나의 체계로 묶고자 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그 중심에서 부처 간 이해를 조정하고, 국가 물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최고 기구로 설계되었다.

 

그럼에도 현실은 냉정하다. 침수는 반복되고, 가뭄은 구조화되며, 녹조는 매년 되풀이된다. 이는 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제도가 의도한 통합이, 실제 국가 운영방식으로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다는 데있다. 다시 말해, “통합을 선언한 법”은 있었지만, 그 통합이 예산·사업·성과·책임의 구조가 관통하도록 만드는 운영 메커니즘이 충분히 설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한계는 현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통계상으로는 ‘처리 완료’지만, 환경적으로는 여전히 차단되지 않은 위험으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행정적으로는 ‘처리 완료’로 분류된 분뇨와 오염원이, 환경적으로는 시간차를 두고 하천으로 재 유입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에 “운영구조의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현재 체계의 한계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결정이 국가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약하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물 관리 정책을 심의·의결한다. 그러나 그 결정이 관계기관의 중장기 계획, 예산 편성, 사업 우선순위, 성과평가까지 일관되게 정렬되도록 하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그 결과, “방향은 정해졌지만, 현장은 예전대로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책은 존재하지만, 그 정책이 국가 전체의 행동으로 구현되는 힘은 제한적이다.

 

둘째, 갈등을 구조적으로 조정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유역 단위 통합관리는 상·하류, 지역 간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류는 규제와 부담을 감수하고, 하류는 침수와 수질 피해를 떠안는 비대칭 구조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명확한 보상, 인센티브, 조정 규칙은 충분히 제도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갈등은 정책의 영역을 넘어 지역 간 감정 대립으로 번지기 쉽다. 부처 간 관계도 유사하다. 물은 환경, 국토, 농업, 해양, 재난이 동시에 얽힌 영역이지만, 각 부처는 여전히 자기 예산과 성과지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경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누구의 책임도 되기 어려운 구조로 남는다.

 

셋째, 기후위기형 ‘복합 물위기’를 담는 운영체계가 약하다. 오늘의 물 문제는 홍수, 가뭄, 수질, 생태, 하구, 연안이 동시에 움직이는 “복합 위기”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실제 대응은 여전히 사업별, 시설별, 분야별로 쪼개져 있다. 우리는 홍수가 나면 제방을 보강하고, 가뭄이 오면 관정을 파며, 녹조가 생기면 처리시설을 늘린다. 이러한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왜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물 관리기본법은 통합을 선언했지만, 그 통합이 권한, 예산, 성과, 책임의 구조가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국가 물 관리 운영구조가 충분히 완성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관리 체계는 생겼지만, 국가의 행동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조항이 아니라, 이 제도가 어떻게 작동해야 반복을 끊을 수 있는가에 대한 운영구조의 재설계다.

 

예컨대, 복개율이 60%를 넘는 도심 하천의 문제는 ‘정화시설을 더 놓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유량, 수위, 유속, 체류시간을 반영하는 부정류 기반의 정밀 수리·수문 모형없이는, 어디에서 물이 멈추고, 언제 산소가 고갈되며, 어느 순간 침수가 시작되는지를 사전에 알 수 없다.

 

이는 곧, 물 관리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측과 조건부 대응”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홍수와 갈수, 수질 악화는 더 이상 ‘발생 후 처리’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와 모형을 통해 미리 진단하고, 미리 조정하는 국가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이 전환이 바로 “운영구조의 재설계”가 의미하는 바다. 물 정책은 시설을 늘리는 행정에서, 국가가 물의 흐름을 예측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단계 상승해야 한다.

 

4회 글에서는, 이 반복을 끊기 위해 국가 물 관리 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어떤 역할로 재 정의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통합을 선언한 법은 이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통합이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국가 운영구조다.

 

 

※ 본 글은 특정 정권·정당·기관·개인 또는 개별 사업을 비판하거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의 물관리 체계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공공정책적 제언이다. 모든 내용은 국민의 안전과 공익을 위한 학문적·정책적 논의이며, 어떠한 민·형사상 판단이나 특정 이해관계자에 대한 평가를 의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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