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26) 3일 만에 퇴짜 맞은 식모살이

이현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3 10: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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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없는 곳에 길을 만들다

트레이시는 내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집 한 채를 렌트한 다음 2명의 룸메이트를 더 구해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은 아래층에 1명, 위층에 3명이 살 수 있게 꾸며진 제법 괜찮은 곳이었다. 나와 함께 살게 된 3명의 아가씨들은 모두 캐네디언이었다.
이들 중 크리스틴이라는 여자는 3살 난 딸이 있는 미혼모였다.
편안한 거처를 마련한 나에게 이제 남은 급선무는 직업을 갖는일이었다. 여름이 끝나가던 1992년 9월, 나는 밴쿠버에서 발행되는캐나다 신문과 한국 신문을 쌓아 두고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국제 학생인 나의 스폰서가 되어 줄, 그래서 내게 워킹비자를 받게 해줄 회사나 개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내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다시 절박한 심정에 빠져 들었다. 자리도 못 찾고 공부도제대로 못하고 이대로 쫓겨날 것 같았다. 매일 밤 베갯잇을 적셨다.
너무 울어 퉁퉁 부은 눈이 가라앉을 날이 없었다. 그렇게 징징 울며3개월의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전에 며칠 신세졌던김성학 씨의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점심을 먹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나에게 한국 신문을 보여 주면서 동그라미를 쳐 놓은 곳에 전화를 해 보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이런 글귀가 씌어 있었다.
‘아기 돌보고 집안일 해 줄 사람 급구.’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미 내가 하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인 일이었다. 한국사람 집이었다. 집주인 아주머니는 인터뷰를 하러 버나비의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보이는 그 아주머니는 남편과 초등학교 3학년과 이제 18개월 된 두딸이 있었다. 그리고 임신 5개월의 몸이기도 했다.
“밥 할 줄 아세요?”
“그럼요.”
“반찬은요?”
“반찬도 잘 만듭니다.”
나는 어떻게든 이 일을 잡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내 자랑을 이어갔다.
“맡겨만 주신다면 뭐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잘 볼 수 있습니다.”
“일을 하게 되면 저의 스폰서가 되어서 워킹 비자를 받도록 해 주십시오.” 주인 아주머니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해 주겠어요. 그런데 잘 해낼지 모르니까, 정식으로 고용하기 전에 3일 동안 출퇴근하면서 일을 해 봐요.”
3일 동안 일하는 것을 직접 보고 최종 고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의사였다. 다음날, 나는 새벽에 일어나 차를 두 번 갈아타고 써리에서 버나비까지 출퇴근을 했다.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자세밖에 없었다. 나는 정식으로 채용되기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의 평가는야박했다. 3일이 지나자 주인 아주머니는 나를 불렀다.
“미스 김은 다른 것은 다 잘하는데 반찬을 너무 못 만들어서 힘들겠어요.” 고용 불가 판정이었다. 반찬이라고는 오이 피클에 계란 프라이를 만든 것이 전부인 나로서는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자신의 차로 나를 스카이트레인 역까지 태워다 주면서 말했다.
“공부나 더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속으로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풀이죽을 대로 죽은 나는 그 말을 바깥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혼자서 방에 처박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이후 가진 돈이 없어 굶기도 여러 번 했다. 어느 날 밤, 지쳐서 쓰러져있는 나를 데리러 온 김성학 씨 일행은 삼계탕을 직접 끓여 주었다.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지만 그들의 친절한 배려에 감사하며 먹어 보려고 애썼다.
나는 그들의 사랑과 격려 덕분에 간신히 다시 일어서서 내 앞에닥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학생 비자가 만료되는 기간이 이제 3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미 비자를 한 번 연장했고 돈이 없어 입학 허가서마저 받을 수 없으니 꼼짝없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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