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41)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 그 남자

이현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3 09: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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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기다리는 사람을 외
면하지 않는다

짐과의 만남은 이 시절의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할머니가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나는 전등이 있는 부엌에서 영어 공부를 했다. 대부분의 캐나다 방이 그렇듯 내 방에는 전등 대신 램프가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래층에서 살던 짐은 부엌의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를 가지러 올라오곤 했다.
그는 공부하고 있는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걸었다.
짐은 언제나 정중하고 겸손했다. 측량 기사인 그는 낭만적이기도 했다. 어느 가을날, 퇴근해서 돌아온 그는 자신이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짐은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는데그것은 다름 아닌 예쁜 단풍잎들이 달린 나뭇가지였다.
단풍이 너무너무 예쁘게 물들어 퇴근길에 따 왔다면서 부끄러운듯 씩 웃었다.
“어머, 세상에 이렇게 예쁜 단풍도 있어요? 마미, 이 단풍들 좀보세요.”
나는 호들갑을 떨며 감탄사를 연발하고는 그것들을 꽃병에다가꽂았다.
그러나 짐은 슬픈 화초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9개월 동안 할머니 집에 사는 동안 직장 다니는 일 외에는 단 한 차례도 외출을 하지 않았다. 매일 저녁에 할머니를 변함없이 돌보았고, 누이인샤론이 오는 주말에도 꼼짝 않고 집에만 있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언제나 같은 동작으로 컴퓨터를 만지며 늦은 시각까지 꼼짝도 않고 있었다. 내가 본 사람들은 언제나 바삐 움직이는 모습들뿐이었는데 그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런 짐에게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런 그를 호기심 어리게 바라보았지만, 차츰 존경하게 되었다. 물론 그 감정의 경계선상에서 가끔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샤론은 짐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는 어려서부터 무척 조용했지. 친구도 별로 없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왁자지껄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 짐의 꿈은깊은 시골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낚시하며 책 읽고, 컴퓨터를하며 그렇게 지내다가 조용히 죽는 거래.”샤론은 부모님이 직업 때문에 많이 옮겨 다녔기 때문에 친구를사귈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20년 동안 거의 40번을 국내외로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나는 그녀로부터 짐의 친구들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짐에게는 청년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제이스’라는 이성 친구가 있었다.
20년 지기인 그녀는 지금도 짐이 연락을 하고 지내는 유일한 친구였다. 제이스의 직업은 가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무대 공연을했는데, 장소를 옮길 때마다 짐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때만이 짐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나는 성인 남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랑하지 않고서 그저 친구로 오랜 세월을지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나로서는 처음에는 그 진실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짐은 슬픈 사랑의 이야기도 간직하고 있었다. 대학 다닐 때 진정으로 사랑했던 ‘수잔’이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지만 그녀는 끝내 짐에게 큰 상처를 남긴 채 떠났다고 했다. 샤론은 주변의 아가씨들을 동생에게 소개시켜 주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느라 여자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해 결혼 시기를 놓쳤고, 37살의 노총각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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