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제13회 정기연주회…지역아동센터 소속 아동 오케스트라
2010년 민·관·산 협력 지원한 꿈쟁이학교가 시초…후원 손길 지속
악기 전공자 배출하고 후배들 가르치는 강사 역할까지 ‘나눔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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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오후 수원시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수원 꿈쟁이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장면 |
[수원시 세계타임즈=송민수 기자] 수원시에서는 매년 연말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린다. 민·관·산 협력으로 시작된 나눔 프로젝트가 10여년 이상의 생명력을 이어 아름다운 결실을 만들고 있다. 꾸준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더 많은 아동들이 자신의 재능을 찾는 기회를 얻고, 더 다채로운 꿈을 꿀 수 있었다. 수원만의 특별한 연주회를 여는 주인공, ‘꿈쟁이오케스트라’를 소개한다.
◇수원시내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이 함께 만드는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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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오후 수원시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수원 꿈쟁이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서 단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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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쟁이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 참석한 후원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
지난 18일 오후 7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 300여명의 관객들이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의 ‘간주곡 Intermezzo(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가 시작됐다. 무대에 자리 잡은 40여명의 오케스트라는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모음곡’으로 무대의 즐거움을 깨운데 이어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과수원길’ 등 귀에 익은 동요들을 불러 동심을 깨웠다. 클라이맥스는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보여준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1악장’ 연주였다. 이어 크리스마스 페스티벌과 할렐루야 등의 곡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운 공연은 마지막으로 청중과 다같이 동요 ‘반달’을 부르며 마쳤다. 무대를 내려온 단원들은 상기된 얼굴로 “무대에서 연주를 하니 떨렸지만 뿌듯하고 좋았다”며 “내년에도 오케스트라로 활동하며 꼭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의 주인공은 ‘꿈쟁이오케스트라’다. 수원지역아동센터 소속 청소년들이 1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연주회를 준비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졸업생까지 40명에 달하는 청소년과 강사들이 매주 모여 합을 맞췄다. 수원시내 곳곳에서 악기를 메고 오느라 힘든 내색도 잠시, 단원들은 2시간여 동안 음악회 준비를 위해 집중하며 악기를 연주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불볕 같은 더위에도 매주 화요일 오후 6시30분이면 팔달구청 대회의실에서 합주 연습을 했다. 그렇게 매주 성실하게 모인 시간과 땀방울이 꿈쟁이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영글게 했다.
꿈쟁이오케스트라는 수원의 청소년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맞벌이가정 등 방과 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위해 운영되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동 중 클래식 악기와 음악에 관심과 재능, 열정을 가진 청소년들이 모였다.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악기를 마련하고 레슨을 받기는 어려운 환경이 대부분이다.
김철수 수원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은 “꿈쟁이오케스트라는 전국 지역아동센터 중 수원특례시만의 특별한 자랑거리”라며 “많은 사랑 덕분에 13년째 아름다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자원들이 함께 씨 뿌리고 가꾼 꿈쟁이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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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쟁이오케스트라가 팔달구청 대회의실에서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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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달구청 대회의실에서 파트 연습을 하고 있는 꿈쟁이오케스트라 단원들. |
수원에서 악기 교육으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아동들이 오케스트라라는 분야를 접하게 된 출발점은 10여년 전인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시와 수원지역아동센터연합회, 삼성전자, 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협력해 만든 ‘수원 꿈쟁이학교’가 그 시초다.
당시 수원 지역사회 다양한 구성원인 각 주체들은 아이들의 꿈을 심고 키우자는 아름다운 뜻을 모아 예능 교실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예산을 지원해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의 악기를 제공했고, 40여곳의 센터별로 악기 교실이 운영됐다. 특히 악기교실에 참여하다가 두각을 나타내는 아동들은 자발적으로 오디션을 거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선발됐다. 올해 13회째 정기연주회를 진행한 꿈쟁이오케스트라의 시작이었다.
지난 2020년부터는 삼성전자의 지원은 끊어졌지만 수원지역아동센터와 수원시의 협업으로 아이들의 예술적 경험은 지속될 수 있었다. 2010년부터 대물림하고 있는 악기들을 활용해 14개 시설에서 31명의 아동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따뜻한 손길도 더해졌다. 엘림씨아이, ㈜에코스타,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 수원지부 등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기업과 단체가 단원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꿈쟁이오케스트라는 정기연주회에 참석한 후원자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하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김창석 수원시청소년교향악단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는 꿈쟁이 단원 재능 발굴에 헌신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예술적 소양과 실력이 부족한 초보 단원들에게도 늘 “지난번보다 나아졌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합주 실력은 물론 대상 아동들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도움을 줬다.
지역사회에서 받은 지원과 사랑으로 성장한 꿈쟁이오케스트라는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수원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와 행사 등에 참여하거나 취약계층을 찾아가는 나눔연주회 활동으로 연주자로서의 재능을 선보이며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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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쟁이오케스트라가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 공연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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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쟁이오케스트라가 수원지역 행사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
◇오케스트라 활동이 진로 열고, 자존감 높였다
지역사회의 힘으로 명맥을 이어온 꿈쟁이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이 음악으로 미래를 꿈꾸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참여 기회를 갖게 된 청소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음악에 열의를 갖고 매진해 악기를 전공하는 발판을 마련한 사례가 잇따랐다.
비올라를 전공하고 있는 임모씨(20)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꿈쟁이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접하기 시작해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한 뒤 지난해 수도권 대학의 음악대학에 합격해 꿈을 키우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거주하던 그는 수원소망지역아동센터를 다니며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클래식 악기를 접했다. 당시 센터에서 열린 음악교실을 통해 바이올린을 처음으로 연주했고, 4학년 때 꿈쟁이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선발되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매력에 빠졌다. 이후 6년이나 꿈쟁이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임씨는 정기연주회를 통해 무대경험을 쌓을 뿐만 아니라 요양원에서 연주회 봉사 등을 하면서 보람도 느꼈다.
임씨 외에도 꿈쟁이오케스트라에서 시작한 악기 전공자는 10여명이 잇따라 배출됐다. 이들은 자신이 처음 악기를 배웠던 센터에서 악기 교실 강사로 참여하며 동네 후배들을 가르치거나 오케스트라 강사로 참여해 받은 영향력을 물려주고 있다. 임씨는 “즐겁게 연주하는 동안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고, 나중에 전공도 열려 있으니 꿈쟁이 후배들도 열심히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꿈쟁이합창단도 재창단했다. 원래 2014년 창단돼 운영됐지만 사라졌던 합창단이 자발적으로 되살아 난 것이다. 오케스트라 악기를 배워 참여할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라도 무대 경험의 기회를 만들고자 서둔지역아동센터가 선두에 나섰다. 지난해 처음으로 무대에 선 모습을 보고 센터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올해는 3개 센터에서 27명의 아동이 꿈쟁이합창단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동의 재능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폭이 더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원시 관계자는 “아이들의 재능발굴을 위해 시작했던 돌봄수업이 훌륭한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며 “아이들이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수원시가 지속해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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